철들지말자
오늘도 참는다 본문
어릴 때부터 학기 말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가정통신문에,
매년 사교성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었다.
자부심까지는 아니어도 그러한 평가가 당연하리만큼 익숙했고,
중고등학교-군대-대학교-아르바이트 생활 등을 거치면서도,
깊지는 못해도 주변 사람들보다 넓은 인맥을 갖게 되었다.
10년 전 아르바이트 3개월 같이 한 친구, 군대에서 2주일 같은 장소에서 파견한 친구 등…. 짧은 인연이어도 지금까지 연락할 정도니…. (정신병 수준인가?? 덜덜)
여하튼 사람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자신감이 있었다.
특히,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내 사교성으로 해당 조직이 초토화가 되어,
좋은 사람으로 각인된 채, 힘든 업무 상황에서도 끈끈한 전우애로 이겨낼 줄 알았지…. 하지만, 생각과는 많이 다른 듯하다. 내가 살면서 가장 오래 몸담고 있어야 할지 모르는 조직에서,
내 성격은 무참히 짓밟히고, 오히려 역이용당하고 있음을 느낀다.
사람 좋아 보인다며, 자신의 업무를 은연중에 계속 넘겨대는 다른 팀 선배.
다른 사람은 젖혀두고 곤란한 요청은 내게만 전화하는 유관부서.
이런 업무 프로세스는 부당한 것이 아니냐 목소리 높이며, 업무 보이콧을 한다는 현장직들.
너처럼 특이한 애는 처음 본다며, 무슨 생각하는지 가늠이 안 간다는 내 직속 선배.
넌 너무 물러 보여서 여기저기서 쉽게 대하는 거라고 충고하는 동기.
오늘은 패기 넘치게 직급 떼고 만나서 얘기하자며, 당당하게 맞짱 뜸을 원하는 현장직원 전화에,
똑같이 눈이 돌아갈 만큼 열 받는 상황에서도…. 몇 분 남지 않은 팀장 회의가 마음에 걸려,
평화적인(?) 해결로 유도하였다.
강 대 강으로 싸워서 상대를 누른 것이 아닌,
살살 달래 상대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이해시켜 사과를 받아냈지만,
족가툰 상처뿐인 기분 더러운 승리…
난 어느새 내 감정도 곧바로 표현 못 하고, 업무 일정 봐가며 조절을 하게끔 철이 들어버린 것 같다.
그리고 차츰 좋은 사람이 되지 않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. (내 기준에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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